주식 투자를 처음 시작하면 늘 기대가 앞선다. 누군가 수익 인증한 글을 보고, 유튜브에서 ‘ETF로 연 20% 수익’이라는 썸네일을 보면 가슴이 뛴다. 나도 저렇게 될 수 있을 것 같고, 내가 모르는 뭔가 대단한 공식이 있는 것처럼 느껴진다. 특히 최근 몇 년 동안 미국 기술주의 상승세와 함께 ETF 투자 열풍이 불면서, 많은 주식초보들이 투자 세계에 발을 들였다. 하지만 문제는, 그 시작점이 대부분 ‘시장 상승기’였다는 점이다. 다시 말해, 시장의 진짜 얼굴을 아직 보지 못한 상태에서 기대만 품고 들어온 경우가 많다.
ETF도 손실이 난다, 구조를 모르면 위험하다
많은 사람들이 ETF를 ‘분산 투자니까 안전하다’고 생각한다. 이 말은 절반만 맞다. 맞긴 하지만, 절대적인 진리는 아니다. 특히 레버리지 ETF, 인버스 ETF는 시장에 따라 수익률이 극단적으로 달라질 수 있다. 예를 들어 TQQQ 같은 3배 ETF는 나스닥 100이 하루 2% 오르면 6% 상승하지만, 반대로 2% 하락하면 6% 떨어진다. 그리고 이 변동성은 누적 손실을 확대시키는 효과도 있다.
단순히 ‘기술주는 장기적으로 오르니까 레버리지 ETF도 오른다’는 식으로 생각하면, 큰 낭패를 볼 수 있다. 실제로 2021~2022년 금리 인상기 때 미국장은 폭락했고, 그 시기 많은 주식초보들이 고점에 레버리지 ETF를 매수한 뒤 장기간 손실을 떠안고 있다. ETF라고 해서 무조건 안전한 게 아니라는 사실, 특히 구조를 이해하지 못하면 ‘분산’은 보호막이 아니라 착각일 수 있다.
미국장, 화려한 수익률 뒤에 숨겨진 리스크
‘미국장은 우상향’이라는 말은 맞다. 하지만 그 말은 ‘장기적으로’ 우상향이라는 뜻이지, 지금 들어가면 곧 수익이 난다는 뜻은 아니다. 미국장은 전 세계 투자자들의 자금이 몰리는 만큼 빠르게 오르기도 하고, 급격히 빠지기도 한다. 나스닥 지수는 지난 20년 동안 몇 차례 큰 조정을 겪었고, 그때마다 수많은 투자자들이 털려나갔다.
미국장은 밤에 열리기 때문에 직장인들이 실시간 대응하기 어렵다는 것도 리스크다. 장이 열릴 때 잠자리에 들고, 자고 일어나면 계좌가 급락해 있는 경험은 꽤 충격적이다. 처음엔 ‘기술주는 믿고 가는 거야’라고 생각했지만, 10% 이상 빠진 계좌를 마주하면 누구나 마음이 흔들린다. 미국장이 안전하다는 인식, 그리고 ETF라서 괜찮다는 믿음이 겹쳐지면 오히려 방심을 키운다.
한국장은 더 조심해야 한다, 심리전에 약한 시장
한국장은 특유의 ‘심리적 민감성’이 있다. 외국인 매수와 매도, 공매도, 환율 뉴스에 하루아침에 주가가 급변하는 일이 흔하다. 특히 개인 투자자 비중이 높은 시장이기 때문에 뉴스나 이슈에 과잉 반응하는 경우가 많다.
그리고 레버리지 ETF에 대한 접근이 너무 쉬워서 더 위험하다. 10만 원이면 누구나 2배, 3배짜리 ETF를 살 수 있고, 종종 인터넷 커뮤니티에서 단타 성공 후기를 보면 ‘나도 해볼까?’ 하는 생각이 든다. 하지만 한국장은 미국장과 달리 변동성이 크고 상승 여력이 제한적이기 때문에, 레버리지 ETF로 수익을 기대하기엔 리스크가 훨씬 크다. 단기 등락이 심하고, 반등이 늦는 구조에서 3배 ETF를 보유하면 손실 회복까지 시간이 매우 오래 걸릴 수 있다. 결국 무리한 기대가 실망으로 바뀌고, 계좌를 닫고 싶은 마음만 커지게 된다.
시장에겐 전략 없이 들어오면 안 된다
투자에서 가장 위험한 태도는 ‘남들도 하니까’라는 마음이다. 특히 시장에 대한 이해 없이 ETF를 사고, 미국장에 들어가고, 한국장 단타를 시도하는 건 게임이 아닌 현실이다. 주식시장은 감정이 작용하는 전쟁터다. 계획 없이 들어간 사람은 언젠가 감정에 흔들리고, 끝내 ‘다시는 투자 안 해’라는 말로 끝을 맺는다.
그래서 주식초보라면 ‘공부는 나중에 하고 일단 시작하자’는 생각은 버려야 한다. 투자금이 작더라도, 구조를 알고 들어가야 한다. 특히 ETF는 이름만 들어도 안전해 보이지만, 그 안엔 다양한 전략과 리스크가 숨어 있다. 시장에선 ‘정보 부족’이 곧 비용이다. 이 비용은 종종 매우 비싸게 청구된다. 주식초보라면 반드시 알아야 할 경고다.
내계좌의영광
By 한량적자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