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채금리 상승, 그냥 지나칠 일이 아니다
최근 뉴스나 경제 유튜브를 보다 보면 '국채금리 상승'이라는 말을 자주 듣게 된다. 솔직히 처음엔 그냥 그런가 보다 했었다. 숫자 몇 퍼센트 올랐다고 세상이 바뀌는 것도 아니고, 나 같은 일반 직장인에게는 딱히 피부에 와닿지 않는 얘기처럼 느껴졌기 때문이다.
그런데 알고 보면 이 국채금리라는 게 자산 시장 전체의 ‘기온계’ 같은 역할을 한다. 돈이 어디로 흘러가고, 어디에서 빠져나오는지를 보여주는 지표라고 보면 된다. 특히 미국 국채금리는 전 세계 금융시장의 기준처럼 움직이기 때문에, 이게 오르기 시작하면 단순한 뉴스 이상의 의미를 갖게 된다.
금리가 오른다는 건, 그만큼 투자자들이 돈을 맡기는 데 있어서 더 많은 보상을 요구한다는 뜻이다. 즉, 위험을 감지하고 있다는 얘기다. 실제로 2008년 금융위기 직전에도 금리는 꾸준히 오르고 있었고, 이를 예의주시하던 일부 투자자들은 미리 자산 구조를 조정해 손실을 피하기도 했다. 요즘 같은 분위기에서는 이런 흐름 하나하나가 단순한 데이터가 아니라 ‘전조증상’일 수 있다는 걸 생각하게 된다.
금융위기 같은 대형 이벤트는 언제나 서서히, 조용히 다가온다. 국채금리 상승은 그중 가장 먼저 나타나는 ‘이상기류’일 수 있다. 그냥 숫자 몇 개 올라간 걸로 치부하고 넘어갈 일은 아닌 셈이다.
금리 상승이 증시에 주는 영향, 생각보다 깊다
국채금리가 오르면 가장 먼저 타격을 받는 건 주식시장이다. 특히 기술주나 성장주처럼 미래의 가치를 기대하며 투자되는 종목들은 금리에 매우 민감하게 반응한다. 왜냐하면 이들 기업은 대부분 ‘앞으로 벌어들일 돈’을 근거로 가치가 매겨지기 때문에, 금리가 오르면 그 가치 자체가 낮아지게 되는 구조다.
투자자 입장에서도 선택의 폭이 바뀐다. 예전에는 “어차피 채권은 수익이 낮으니까”라는 이유로 위험을 감수하고서라도 주식에 투자했지만, 이제는 채권 금리만으로도 4~5% 수익이 가능하니까 굳이 주식을 들고 갈 필요가 없는 상황이 되어버렸다. 그러면 자연스럽게 자금은 주식시장에서 빠져나가게 된다.
특히 기관 투자자들은 이런 흐름에 훨씬 민감하다. 펀드매니저나 연기금 같은 대형 자금은 일정 수준 이상의 수익률만 보장된다면 안정적인 채권으로 빠르게 옮겨간다. 그러면 시장의 유동성은 줄어들고, 개별 기업의 실적이 아무리 좋아도 주가가 오르기 힘든 구조가 된다.
2022년 하반기 미국 10년물 국채금리가 4%를 넘어서던 시점에 나스닥 지수가 급락했던 것도 이런 이유였다. 증시는 금리에 따라 숨을 쉬고 움직인다. 지금처럼 금리가 계속 올라간다면, 주식시장은 단순한 조정이 아니라 중장기적인 흐름 전환이 시작될 수 있다.
주식을 하고 있다면 지금 같은 시기에 가장 먼저 체크해야 할 건 ‘종목’이 아니라 ‘금리’일지도 모른다.
부동산 시장도 조용히 체온이 내려가고 있다
그리고 국채금리 상승의 영향은 부동산 시장에서도 빠르게 나타나고 있다. 아파트 가격이 갑자기 떨어지거나 거래가 끊기는 건 금리 변화와 떼려야 뗄 수 없는 관계다. 대부분의 사람들은 집을 살 때 대출을 이용하고, 대출 금리가 오르면 그만큼 부담이 커진다. 결과적으로 ‘사는 사람’이 줄어들게 되고, 시장은 점점 차가워진다.
서울과 수도권 일부 지역은 이미 ‘거래 절벽’ 상태에 들어섰다. 집을 사고 싶은 사람은 많은데, 대출 이자가 너무 부담스럽다 보니 발을 빼고 있는 것이다. 특히 전세자금 대출과 주택 담보대출을 동시에 사용하는 실수요자들은 금리 1~2% 포인트만 올라가도 연간 수백만 원에서 수천만 원까지 이자 부담이 커진다. 그러면 아예 거래 자체를 포기하게 되는 경우도 많다.
개발사나 시행사 입장에서도 금리는 부담이다. 대출 이자가 오르면 그만큼 원가가 높아지고, 분양가에 전가하려고 해도 시장 분위기가 따라주지 않으면 미분양 리스크가 커진다. 요즘 뉴스에서 들리는 PF 대출 부실 위험도 결국 금리 인상의 연쇄 작용인 셈이다.
게다가 금리는 단기 대출뿐 아니라 장기 모기지 금리에도 영향을 주기 때문에, 부동산을 장기 보유하려는 사람들도 관망세로 돌아서게 된다. 실수요자와 투자자 모두가 움츠러들게 되는 것이다.
금리는 숫자 하나지만, 시장 전체의 심리와 흐름을 좌우하는 힘을 가지고 있다. 그래서 지금처럼 국채금리가 상승하고 있는 시기에는 단순히 ‘지금이 저점인가’ 같은 질문보다, ‘이 금리가 어떤 흐름을 만들고 있는가’를 먼저 파악하는 게 훨씬 중요하다.
내계좌의영광
By 한량적자유